37564。

 오랜 시간 좋은 친구로 지내오던 사람이 있습니다. 같이 있으면 즐거워서 바보처럼 낄낄대기도 하고, 슬프고 힘들 때는 서로 안고 다독여줄 수도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. 갑자기 키스를 해버린 건 그가 너무 좋았으니까. 심한 말로 상처입혔던 것도 그는 나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이니까. 울다가 웃다가, 흐렸다가 맑았다가, 우리 사이는 꼭 잠깐 오다 그치는 여우비 같습니다. 하지만 나는 그에게 절대 고백 같은건 하지 않을 거에요. '연인'이 되어버리면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니까. '친구'란 헤어지는 일 없이 영원한 사랑이 가능한 관계입니다. 이것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라면 말이죠. 이런 사랑은 처음이라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. 이런 식으로 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. 그런데 그 사람도 아마 나와 같은 마음인가 봅니다. 괜스레 애태우고 조급해 하고 있는 나에게 "천천히 가자"라고 말해주네요. 그래요,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.

 잠들지 못하는 외로운 밤엔 비록 아무 것도 해줄 순 없겠지만 길고 긴 통화를 하며 서로를 다독입니다.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아요. 진심은 그게 아닌데, 때로는 의견이 엇갈려 크게 다투기도 해요. 그래도 금방 다시 화해 하지만요. 참 이상한 일이죠.

 우리는 사랑하는 사이이면 안되는 사람들입니다. 그런데도 자꾸만 그 사람이 내 마음에 들어와요. 그런데 말이죠, 그게 꼭 해서는 안되는 일인 것만도 아니거든요. 지금 우리처럼요.

 제 손목엔 참으로 보기 흉한 흉터가 있습니다. 아마 모두들 분명히 봤을텐데, 하나같이 못본척 하는 그런 흉터에요. 모두 짜고 그렇게 하기로 결정이라도 한 듯이. 그런데 그 사람만큼은 못본척 하지 않았어요. "어떻게 된 거야?"라고, 내 흉터를 보고 걱정스러운 얼굴로 물어봐 주었어요. 이런 사람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.

 나는 그와 이렇게 쭈욱 함께이고 싶어요. "연인"이 아닌 "친구"라는 이름으로요. 그럼 우리는 언제까지나 영원히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요?

 아, 그 사람은 남자입니다. 네, 저도 물론 남자이구요.
 그래서 이런 뜨거운 노래를 이시이씨에게 부르게 할 수는 없었어요..
 사쿠라이 아오의 이야기거든요.

 가사 중 'こんな「好き。」は'의 '「好き。」'를 "좋아해"가 아닌 "사랑"이라 해석했는데, 이는 君と僕~風雲立志編~(풍운입지편)에서 '스키'라 쓰고 '코이'라고 노래하는 부분에서 착안하였음을 밝힙니다.